별로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막상 가면 안락한 집을 향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날쌘 겨울 바람이 골목 사이를 휘돌아 나를 덮쳤고 잽싸게 옷 사이사이에 추위를 남겨두고는 도망쳤다. 몸도 녹일 겸 해서 품 속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깊숙이 빨아들이고 보름달이 떠 있는 밤하늘을 향해 연기를 뿜어내다가 나는 그만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차가운 겨울 밤을 더욱 차갑게 비추고 있는 보름달에 마치 아이들이 그림자 놀이를 하듯이 주먹을 말아 쥐고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훈련소에서 폭발 사고로 군인 두 명이 불구가 되었고, 어느 집회현장에서는 시위대의 죽창에 찔린 전경이 실명을 하고, 전경의 방패에 찍힌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또 한겨울에 집에서 쫓겨난 한 철거민은 길에서 얼어 죽고, 심지어는 어떤 정치인이 국회에서 다른 정치인을 2단 옆차기로 날려버리고, 5인조 그룹의 연예인들이 단체로 마약을 하고, 결혼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연예인 부부가 이혼을 하고, 어느 미녀 텔런트의 성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유출되기까지 했지만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기사는 달에 비친 보름달에 나타난 문양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도 그 문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평범한 달 그림자로 보기에는 너무나 또렷하고 분명하게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 많은 어떤 나라는 달에 우주 왕복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돈 없는 어떤 나라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으며 내가 적을 두고 있는 나라에서는 독특하게도 <엿>이 불티나게 팔렸다. 어느 인기 개그맨이 쇼에 나와서,
“엿이나 먹으라는 거죠.”
라고 말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고, 1년 전에 다른 정치인을 2단 옆차기로 날려버렸던 그 정치인은 자신이 날려 버렸던 그 정치인과 손을 잡고 만세를 하며 활짝 웃고 있고, 마약을 했던 5인조 연예인들은 그룹을 해체하고 솔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혼을 한 연예인 부부들은 각자 홈쇼핑 광고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미녀 텔런트의 성생활을 담은 동영상은 지금도 내 컴퓨터에 잘 모셔져 있다. 불구가 된 군인과, 실명을 한 전경과, 죽은 노동자와 철거민들? 글쎄? 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어서 친구를 불러 술을 마셨다. 술을 한잔 하고 술집을 나와서 길에서 엿을 산 뒤 공원에 앉아 1년 전과 다름없는 보름달을 친구와 함께 엿을 빨면서 구경했다.
“근데 저번에 어디서 우주 왕복선을 보내서 조사해 본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어떻게 되었대?”
“뭐 쏘아 올리다가 폭발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달에 도착했는데 교신이 끊어 졌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친구의 말에 대답을 해 주다가 나는 문득 달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조각은 달에서 떨어져 나와 점점 커지더니 커다란 비행접시가 되어 친구와 내가 앉아서 달 구경을 하던 공원에 착륙했다. 공원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웅성거리는 가운데 비행접시의 문이 열리면서 사람 키의 반정도 되는 두발로 걷는 토기들이 아무리 봐도 총처럼 보이는 물건을 들고 걸어 나왔다.
“몰래 카메란가?”
친구녀석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더니 주머니에서 엿을 빼어 들고는 토끼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이~. 엿 좀 먹을래?”
그러자 가장 앞에 서 있던 토끼가 주먹을 쥐고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며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FUCK YOU.”
그리고는 아무리 봐도 총처럼 보이는 물건에서 광선이 쏟아져 나왔다. 뼈와 살이 분리되며 분해되는 친구를 보면서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을 이해 했다. 1년 전부터 달에 나타난 그 문양은 달에서 떡방아를 찍으며 살고 있던 토기들의 지구에 대한 선전포고였던 것이다.